바람을 붙잡으려 손을 꼭 쥐었더니,
손안에 남은 건 텅 빈 주먹뿐이었다.
무언가를 더 쥐려다, 정작 손에 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아침.
요즘 자주, 가방이 무겁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깨에 걸친 진짜 가방 말고요. 마음 어딘가에 매일 조금씩 쌓여가는, 보이지 않는 짐의 무게요. 더 가져야 한다는 마음, 더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 남들만큼은 되어야 한다는 눈치.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을 내려놓는 법을 잊어버린 채, 그저 더 단단히 동여매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 오래된 목소리 하나를 만났습니다. 2400년 전, 장자라는 사람이 건넨 말이었어요. 시간을 넘어 그렇게 멀리서 온 말인데도, 마치 어제 누군가 내 곁에 앉아 조용히 속삭인 것처럼 가까웠습니다.
⟡
"당신은 지금,
무엇에 묶여 있습니까?"
질문을 받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무엇에 묶여 있느냐니. 나는 자유롭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시켜서 사는 삶이 아니라고 믿었는데.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보이지 않는 줄들이 손목과 발목에 잔뜩 감겨 있었어요. 인정받고 싶다는 줄, 뒤처지면 안 된다는 줄, 이만큼은 가져야 한다는 줄. 누가 묶은 것도 아닌데, 내가 스스로 한 가닥씩 감아온 것들이었습니다.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그릇의 고요한 여백처럼.
장자가 말하려던 건, 모든 걸 다 버리고 빈손으로 살라는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가진 것을 죄스러워하라는 것도, 욕심을 부린 나를 꾸짖으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가 가진 것들에 거꾸로 끌려다니지는 말라는 다정한 당부. 옷이 나를 입는 게 아니라 내가 옷을 입는 것처럼, 내 삶의 주인이 나여야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참 이상하게 살고 있습니다. 행복해지려고 무언가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 무언가를 지키느라 행복할 틈이 없어지곤 하니까요. 더 좋은 집을 갖고 싶어 일했는데, 그 집에 머무를 시간이 없고. 사랑받고 싶어 애썼는데, 애쓰느라 정작 마주 앉아 웃을 여유를 잃어버리고. 손에 쥔 것이 많아질수록, 정작 두 손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자유롭지 못해지는 거예요.
⟡
얼마 전 늦은 밤,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창밖을 봤습니다. 가로등 아래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더라고요. 붙잡으려 애쓰지도, 떨어지지 않으려 버티지도 않으면서, 그저 바람이 부는 대로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어쩐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흔들린다는 건 약한 게 아니라, 어쩌면 묶여 있지 않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고. 단단히 고정된 것들은 결국 부러지지만, 가벼운 것들은 폭풍 속에서도 살아남으니까요.
내가 가진 것이 나를 정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룬 것이 내 가치를 매기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흔들려도 괜찮은 한 사람으로
여기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흐름에 몸을 맡긴 잎사귀는, 가라앉지 않고 멀리까지 흘러갔다.
장자의 말이 2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사람은 변해도 사람의 마음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때도 누군가는 더 가지려다 잠 못 들었을 테고, 오늘 밤의 나처럼 어깨가 무거운 채로 창밖을 바라봤겠지요. 그 마음들을 향해 장자는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남겼습니다. 답은 각자의 몫이라는 듯이, 아주 너그럽게요.
어쩌면 그 질문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한 가닥의 줄을 풀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묶여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매듭은 이미 조금 느슨해지기 시작하니까요.
오늘 하루를 마치고 누운 이 밤,
당신의 두 손은 무엇을 그토록 꼭 쥐고 있었나요?
그리고 그중에 하나쯤은,
조금 가볍게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