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한 조각이 비어 있던 자리에,
오늘의 하루가 조용히 내려앉는다.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웃으셨나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정도 말고, 어깨가 들썩이고 눈가에 잔주름이 잡히도록 환하게 웃었던 순간 말이에요. 저는 문득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어요. 분명 바쁘게 움직였고, 해야 할 일을 마쳤고, 누군가의 메시지에 답도 했는데 — 정작 '웃음'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손에 잡히는 장면이 없더라고요.
인생에서 가장 의미 없이 보낸 날은 웃지 않고 보낸 날이라는 문장을 어디선가 다시 마주쳤을 때, 마음 한 켠이 슬며시 따끔했어요. 무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날들을 그렇게 흘려보낸 것 같아서요.
빛이 머무는 길에는, 걷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생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웃음을 자꾸 어딘가 미뤄두는 버릇이 있어요. 이 일이 끝나면, 이번 달만 버티면, 통장 잔고가 조금만 더 늘어나면, 그때는 마음껏 웃을 수 있을 거라고요. 마치 웃음이 어떤 보상처럼, 다 갖춰진 다음에야 비로소 허락되는 것처럼.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그렇게 미뤄둔 웃음은 나중에 한꺼번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일이 끝나도 또 다른 일이 시작되고, 한 고비를 넘으면 다음 고비가 기다리고 있고요. 그렇게 우리는 '웃을 만한 날'을 기다리다가 정작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언젠가 엄마가 그러셨어요. "사람이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웃을 일이 생기는 거야." 그때는 흘려들었던 그 말이, 요즘 들어 자꾸만 떠올라요.
웃음이라는 건 사실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출근길에 마주친 강아지의 뒤뚱거리는 걸음, 편의점 알바생이 건네는 어색하지만 따뜻한 인사, 친구가 보낸 어이없는 짤방, 오래된 노래 가사 한 줄. 그런 작고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하루를 살게 하는 진짜 양식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더라고요.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눈에도 여유가 없어지고, 눈에 여유가 없으면 결국 웃을 거리도 사라져요. 세상에 웃음이 없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웃음을 받아낼 공간이 없는 거였어요.
하루의 시작, 조용히 머금은 따뜻함.
며칠 전, 정말 별것 아닌 일로 한참을 웃은 적이 있어요. 친구랑 통화하다가 서로의 옛날 별명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을 혼자 키득거렸고, 그날 밤은 이상하게 잠도 잘 왔어요.
그제야 알았어요. 웃음이 다녀간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 똑같이 24시간이지만 — 마음에 남는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요. 웃지 않은 날은 그저 흘러갈 뿐이지만, 웃은 날은 어딘가에 작은 빛처럼 새겨져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웃을 거리를 찾아다녀요.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그저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드는 작은 것들을요. 자기 전에 보는 짧은 영상, 오래된 친구에게 안부 한 줄, 산책길에 만나는 꽃과 구름. 그런 것들에 일부러 시선을 두려고 해요.
물론 모든 날이 웃을 수 있는 날은 아니에요. 어떤 날은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죠. 그런 날에는 굳이 억지로 웃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 웃지 못한 그 하루를 자책하지는 말기로 해요. 내일 다시 한 번, 아주 작은 미소라도 지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웃지 않은 하루가 '의미 없는' 하루였다는 말은, 어쩌면 우리를 다그치는 말이 아니라 — 그러니 내일은 부디 조금이라도 웃으며 살아가라는, 오래된 사람들의 다정한 당부 같아요.
하루의 끝에서, 오늘을 감싸는 포근한 숨결.
오늘이 저물어가요. 창밖은 어느새 푸르스름한 빛으로 잠기고, 거리에는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해요. 이런 시간이 되면 저는 늘 하루를 가만히 되짚어보게 돼요.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지나왔는지를요.
오늘 당신의 입꼬리가 한 번이라도 올라간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하루는 헛되지 않았어요. 만약 그런 순간이 없었다면,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아주 옅게라도 미소 지어보세요. 그 작은 움직임 하나가 오늘을 살린 거예요.
당신의 오늘에는,
어떤 웃음이 잠시라도 머물다 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