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처럼 날던 내가, 참새의 조잘거림에 머무는 밤

제비처럼 멀리 날던 날도,
참새처럼 처마 밑에 머무는 지금도,
결국 같은 하늘 아래 잠시 머무는 일이었음을.

이른 아침의 옅은 햇살 속, 처마 밑 나뭇가지에 앉아 조잘거리는 참새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한때

소란하지 않은 아침의 새소리는, 어쩌면 가장 단단한 평화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창문을 조금 열어 두었더니, 참새 두어 마리가 처마 끝에서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닐 텐데, 그 작고 둥근 소리들이 어찌나 다정하던지 한참을 그냥 듣고만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저는 늘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멀리, 더 멀리, 남들보다 빠르게. 제비처럼 바다를 건너고 계절을 가로지르며, 도착하기도 전에 다음 목적지를 떠올리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나는 멈추는 법을 몰랐어요. 멈추면 뒤처지는 줄 알았고, 가만히 있으면 사라지는 줄 알았지요. 날개가 아픈 줄도 모르고, 그저 바람을 가르는 속도에만 취해 있었던 것 같아요.

제비의 삶에는 분명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치열하게 세상을 누비고, 목청껏 자기 존재를 외치고, 먼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젊은 날의 저는 그 방식밖에 알지 못했고, 또 그 방식으로 꽤 많은 것을 보고 배웠어요.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 비행이 없었다면 지금의 고요도 알지 못했을 테니까요.


언젠가부터, 멀리 가는 일보다 가만히 머무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나이가 한 살씩 쌓일수록, 그렇게 동경하던 먼 하늘보다 집 앞 작은 나뭇가지가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화려한 비행보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소리를 내는 참새의 그 한결같음이 어느 순간 부럽더라고요.

소박한 일상을 단단하게 지켜낸다는 것.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멀리 날아가는 데에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한자리에 머무르며 매일을 정성껏 살아내는 데에도 그만큼의,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요.

참새는 멀리 가지 못해서 처마 밑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그저, 거기가 자기의 자리라는 걸 알았던 거예요. 떠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고, 머무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라는 걸.

제비처럼 살았든 참새처럼 살았든,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궤도를 그리며 살아갑니다. 누구의 궤도가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큰 원을 그린 사람도, 작은 원을 정성껏 그린 사람도, 결국엔 같은 자리로 돌아오게 되니까요.


저무는 저녁 하늘 위로 깃털 하나가 무게 없이 천천히 떠가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고요한 풍경

무거웠던 모든 것은, 결국 깃털 하나의 가벼움으로 돌아간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그렇게 악악대며 채웠던 것들, 놓칠까 봐 두 손 가득 움켜쥐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어쩜 이렇게 가벼워지는 걸까 하고요. 그토록 무겁던 마음이 어느 날 보면 깃털 하나만큼도 남지 않은 채 흩어져 있어요.

다 지나가더라고요. 좋았던 것도, 아팠던 것도, 이기고 싶었던 것도. 결국 우리는 모두 원래의 가벼움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살았든 그 숙명 앞에서는 제비도 참새도, 큰 새도 작은 새도 그저 평등한 자연의 작은 조각들일 뿐이지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직 한참을 날고 있는 사람도, 이제 막 날개를 접고 처마 밑에 내려앉은 사람도, 모두 제 속도로 잘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요. 빠른 것이 잘하는 것도, 느린 것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었어요.

오늘의 당신은,
아직 먼 하늘을 향해 날고 있나요,
아니면 처마 밑 어딘가에서 잠시 날개를 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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